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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 수기-상담위원회 위원
  • 등록일  :  2008.04.23 조회수  :  2,276 첨부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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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불이 밝혀준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




    권현옥산부인과의원장


    권 현 옥



    ‘우리는 받음으로써 생계를 꾸리지만 베풂으로써 진정한 삶을 살기에,
    세상이 차갑게 느껴진다면 불을 지필 사람은 당신이다.’ 라는 글을 본적이 있습니다.
    정말 우리 주위에 조금만 둘러봐도 조그만 도움으로 한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큰 사랑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자주 느낍니다.
    가까이에는 범죄피해자지원센터‘등불’의 상담에서부터 장애인 봉사활동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3년 가까이 거듭나면서 갈수록 ‘등불’에 대한 사랑과 정이 깊어갑니다.
    이번에도 좋은 인연을 맺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전할까 합니다.
    작년 늦가을에 가지만 엉성히 남은 썰렁한 나무가 온천지에 가득할 때
    5개월 된 작은 배를 한 절망스러운 표정의 산모가 쉼터 선생님께 소개되어 저희 병원을 찾아왔습니다.
    쉼터는 진주에 있는 매 맞고 갈데없는 여성을 위한 정부지원의 단체입니다.
    그 단체와 인연을 맺은 것도 어언 3년인데 간혹 도움을 필요로 한 환자를 데리고 옵니다.
    김**라는 분은 어린 아기가 둘 있는 5개월 된 산모로서 남편의 거듭된 폭행으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임신된 몸으로 아이 둘만 데리고 나와 쉼터에 기거하고 있었습니다.
    오죽했으면 산모가 가정을 버리고 나왔을까하는 안타까움에 쉼터 일반식구보다 더욱 가슴이 아프더군요.
    제가 경험해봐서 잘 알지만 임신을 하면 호르몬 분비로 인해 산모우울증이 동반되어 조그만 일에도 눈물이 나고 섭섭하고 의지가 약해지는 생체반응을 겪은 적이 있어 홀몸도 아니고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에 눈물이 맺히더군요.
    어떻게 보면 원치 않는 임신에 희망 없는 미래와 부담감으로 허약해진 몸과 마음 때문에 도저히 임신을 지탱할 수가 없어 치료목적으로 저를 찾아오신 것입니다.
    (그 분 표현으로는 너무 막막해서 세상을 떠나고 싶다는 말을 하더군요.)
    저는 그럴 바에야 불운하고 척박한 환경이지만 엄마의 사랑으로 최선을 다해 예쁘고 건강하게 낳아서 입양을 시키라고 했습니다.
    그 길이 산모와 아기에게 덜 상처주는 길이고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것만으로도 아기는 엄마에게 감사함을 느낄 것이라고 용기를 주어 결국 오늘에 이르러 무사히 출산을 했습니다.
    병원비야 제 재량껏 어떻게 할 수 있지만 산후조리이며 아기 분유값, 기저귀 이런 생활필수품을 구입하는데 정부의 보조는 전혀 기대할 수가 없는 상황에 ‘등불’의 손길을 요청했습니다.
    이사장님을 비롯한 실장님 등 모든 회원들의 뜨거운 손길로 네 가족을 구했습니다.
    (만약 아기가 배고파 울고 있다면 우유를 훔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이 도움은 가정폭력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범죄예방을 위한 우리의 목적과 꼭 맞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회원들은 자기의 손길이 어떤 일을 했는가? 잘 모르실수도 있겠지만 우리 단체의 회원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세상의 등불이 되어 오늘도 어둠 속에서 떨고 있는 우리 외로운 이웃에게 생명의 빛이 되었음을 전해드립니다.
    진주지역범죄피해자지원센터‘등불’이 영원히 꺼지지 않고 진주를 밝혀주기를 기원합니다.